진형준. 촛불하나. 2020. 브릭. 50x50cm



진형준. 변했어 2. 2020. 브릭. 7x7X7cm



진형준. 직지심체요절. 2018. 브릭과 잉크.

작가노트

작가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회와 단절 된 시기에 레고 제품을 만났다. 본인도 지인들도 서로에게 연락이 조심스러웠던 시기에 레고는 작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되었다. 제품을 조립하는 동안은 오롯이 조립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유의미해졌고 내일이 특별하지 않는 삶에서 내일이 기다려지는 삶으로 변했다. 제품 조립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완성된 제품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단절됐던 사회와 작가를 이어 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해주었다. 레고 제품과 그 최소 단위인 브릭은 작가에게 치유의 의미이기도 하다. 기성 제품의 조립을 넘어 창작을 시작하게 됐을 때 작가의 작품들은 대부분 작가의 일상에서 출발했다.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브릭에 담아내고 싶어 했기에 작가는 본인의 작품을 일기장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작품은 때론 회화로 때론 조소로 어느 한 장르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결과물이 나온다. 다양한 장르들이 섞여 자칫 작품들이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각자의 생각이 모두 다르듯 작품이 완성된 시기와 그 시기에 작가의 생각과 고뇌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촛불하나. 2020. BRICK. 50x50cm

인생 3연작. 과거 ? 소망, 현재 ? 정체성에 이은 나의 미래에 대하여 작업한 결과물이다. '본인의 미래 모습은 어떨 것 같아요?' 라는 질문에 '촛불 하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과거에 치료받을 당시 어머니와 한 약속이 있는데, '치료가 다 끝나고 이 곳에서 나가게 된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였다. 치료과정 중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감사하게도 퇴원을 했고 치료가 끝난 후 6년 넘게 생존해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브릭을 통해 사회적 재활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사회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퇴원 초기에는 내 한 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어려웠는데 최근 들어 브릭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버는 수입의 일부를 조금씩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하고 있다. 덧붙여 내가 생존해 있는 것만으로도 어두운 누군가의 앞을 조금이나마 비춰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G.O.D. 촛불 하나 라는 곡이다.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작은 촛불 하나, 가지고 무얼 하나 촛불 하나 켠다고 어둠이 달아나나 (중략).



진형준. HO! YA! 2020. 브릭.



진형준. 변했어 1. 2020. 브릭. 7x7X12cm

하지만 그렇지 않아 작은 촛불하나 켜보면 달라지는 게 너무나도 많아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던 내 주위엔 또 다른 초 하나가 놓여져 있었기에 불을 밝히니 촛불이 두개가 되고 그 불빛으로 다른 초를 또 찾고 세 개가 되고 네 개가 되고 어둠은 사라져가고." 아직까진 작은 빛 하나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큰 빛이 되리란 마음을 담아 작업했다.

할머니의 마음. 2020. BRICK.

이사 오기 전 자주 다녔던 남한산성 아래에 할머니 세 분이 계신다. 약 5년 정도 다니면서 인사드리니 할머니 세 분과 친해졌다. 5년 동안 산에 다니는 나를 보니 할머니 세 분은 손주같은 녀석이 기특하고 장해 보이시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느 날은 사탕, 어느 날은 귤, 어느 날은 전 등을 챙겨주신다. 할머니들을 뵈면 항상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생각난다. 항상 손주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염려가 많으셨던 우리 할머니. 우리 할머니께서 살아계신다면 남한산성에 계시는 할머니 세 분들처럼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아낌없이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 할머니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Ho! Ya! 2020. BRICK.

Ho! Ya! (호야) 는 20년 전에 잠시 우리 집에서 머물렀던 반려견의 이름이다. 당시 호야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강아지였고 여러 이유로 두 집을 거쳐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호야는 환경이 자주 바뀌다 보니 분리불안이 심했다. 요즘은 TV, 유튜브에서 관련 자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반려동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호야를 준비 없이 데려오다 보니 다양한 상황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우리 집 보다 강아지와 함께 살기에 좀 더 나은 환경을 가진 지인 분에게 보내게 되었다. 길게 설명하긴 했지만 결국 짧은 기간 만에 호야를 파양하게 된 것이다. 당시에 동생이 어렸기 때문에 호야가 떠난 빈자리를 감당하긴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런 동생을 위해 어머니께서 동생과 함께 백화점에서 사온 녀석이 바로 호야라고 이름 붙여진 강아지 인형이었다. 호야를 빨리 보낸 미안함 때문인지 아직까지도 호야는 동생 방에서 최고참 인형을 담당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호야' 이후 우리 집에선 반려동물을 키운 적이 없다. 나도 그때 이후로 반려 동물과 함께 살려면 단순한 호기심, 외로움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동물을 좋아하지만 아직 준비 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살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그리움 보단 준비되지 못 한 우리 때문에 상처 받았을 호야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담겨있다.

변했어 2. BRICK. 7x7x7cm

20대 초 까지만 해도 커피는 무슨 맛으로 먹나 했는데 20대 중후반에 다녀온 부산 여행에서 맛 본 콜드브루에 빠져 요즘은 나름의 커피 취향이 생길 정도로 커피를 즐기고 있다. 예전엔 쏟아진 커피나 누군가 떨어뜨리는 커피를 보면 '지저분하다, 치워야겠다.'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 요즘은 '아깝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내 입맛도 변했나보다. 그런 찰나의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커피가 쏟아지는 장면을 연출해 보았다. 피규어를 사용하여 액체가 쏟아지는 역동적인 장면을 표현했다. 흔히들 커피 맛을 알면 어른이 됐다고 하던데 나도 어른이 된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렷을 때랑 지금의 나는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흘러 벌써 오늘이 왔다. 그러면 흘러온 시간 만큼 나는 잘 다듬어져 좋은 방향으로 변했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좋은 어른이 되었는가?

변했어 1. BRICK. 7x7x12cm

나는 더블 비얀코 라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특히나 아이스크림 아래 부분에 있는 사과맛 셔벗을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얼마 전 더블 비얀코를 먹으면서 하얀 셔벗이 나올 순간을 기대하다 생각보다 적은 셔벗의 양에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꾀나 오랜 시간 먹어왔기에 서운함과 배신감마저 들었다. 그런 복잡한 마음을 담아 예전과는 달리 양이 줄어든 아이스크림을 '변했어' 라는 제목으로 작업을 하였다. 작업을 마치고 나니 비슷한 위치에 있던 사람이 사회적으로, 물질적으로 큰 성장을 이루었을 때 우리는 그들에게 '변했다' 라고 말하곤 한다.



진형준. 할머니의 마음. 2020. 브릭.



진형준. 당신의 폐는 안녕하십니까? 2020. 브릭.

하지만 과연 그 사람이 변한 것일까? 혹시 그 사람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질투와 시기로 인해 달라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폐는 안녕하십니까? 2020.

우리의 폐는 괴롭다. 코로나 이전에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 중 하나가 ‘미세먼지’이다. 그럼 미세먼지는 어디서 오는가? 라는 물음에 우리는 옆 국가라 말하고 있다. 대기의 흐름표를 보면 옆 국가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지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피해자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옆 국가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날아오는 것은 공장을 가동하는 것 때문인데 우리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의 다수는 옆 국가로부터 수입된다. 전자제품, 옷 등등....... 특히나 쉽게 쓰고 쉽게 버려지는 일회용품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100% 과실이 없는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환경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100% 깨끗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오늘 일상생활을 하는데 나도 인지하지 못 한 쓰레기들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냈을 까. 그러니 미세먼지의 문제는 특정 누군가만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작품에 담고 있다.

직지심체요절. 2018. BRICK & INK.

문화재를 사랑하는, 특히 숭례문을 사랑하는 친구로부터 기부 받은 재료로만 만든 작품이다. 대부분의 재료들이 특정 제품을 만들기 위해 조합되었기 때문에 그 재료들로 선명한 이미지의 무언가를 만들기는 결코 쉽지 않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문화재와 관련된 작업을 진행하려 했기에 문화재 몇 가지가 작품 리스트에 올랐지만 작업을 진행하려고 하니 색상도 제각각이고 모양도 제각각이라 제작자의 눈에는 어떤 이미지가 보일지라도 관람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냥 ‘장난’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우연히 관람하게 된 판화전시에서 답을 얻었다. 판화는 틀의 색상보단 틀의 모양에 의해 작품이 만들어진다. 또한 바르는 색상이 중요하기에 브릭으로 틀을 만들어 찍어내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찍어내는 것과 관련한 문화재를 떠올렸을 때 현재 프랑스에서 보관하고 있는 ‘직지심체요절’이 떠올랐다. ‘직지’의 경우 당시의 합법적으로 프랑스로 넘어갔기에 강제로 되찾아 올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직지’를 작업함으로써 해외로 불법 유출 된 문화재들이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올 수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업했다.



진형준

1989년 서울 출생.

개인전

2020, 육작가의 은밀한 작업실, 에이비갤러리, 서울/ 2018, 안녕 나의 벗

그룹전

2020, 삼인삼색전, 에이비갤러리, 서울/ 2019, 가을 소품전, 에이비갤러리, 서울/ 2018, 브릭 사랑에 빠지다/ 2017~2020, 브릭캠퍼스/ 2017, AHAF 2017 한국 해비타트 특별전/ 2017, B-FESTA/ 2015, 도시에서 어른들이 노는 법/ 2014~2019 BRICKKOREA CONVENTION

해외전시

2019, 샹하이 AFOL 페스티벌/ 샹하이, 중국

초청

2015, 국립한글박물관 첫 돌 기념식

수상

2020, 전국생활문화축제 - 전국팔도브릭아트 공모전 최우수상/ 2019, 제34회 대한민국전통미술대전 현대공예부문 입선

Copyright (C)2020. This website is copyrighted by AB GALLERY KOREA. All rights reserved.

Since June 22,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