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는 이미지. 표현 형식은 이야기가 없되 어떤 이미지가 담겨있는 내용. 오늘 퇴근길에서 만나는 도시의 지나치는 거리의 풍경들. 그 표정을 통해 반영되고 투영되는 수많은 상념들.

.....무료한 듯 일상들이 대사 없는 영상으로 바라보일 때 화면 위 검고 흰 캄포지션처럼, 정선진 작가의 망설이는 듯 그러나 읽어낼 수 없는 표지의 세계에서 평안을 만날 수 있다. 11월 중순으로 가는 어느 맑은 가을날 오전. 경복궁 담을 따라 삼청동을 향해 오르는 길을 노랑 은행잎들이 덮고 있었다. 저기 인왕산을 내려온 지난 밤 가는 비 흔적.



.....작가의 검은색 정장, 검정 브로치 위 앉힌 옅게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갤러리 창(窓)으로 비스듬히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아 이따금 눈부신 색깔을 뿜고 있었다. 화선지, 하나의 단위로서 검은 사각형, 담채의 변화와 붓의 역할. 그것들의 이어짐으로 자기 세계를 심화시켜 오고 있는 정선진 작가를 햇빛 쏟아지는 창가에서 만났다.

.....작가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직선과 곡선의 교차가 만들어 내는 기본 골격에 먹의 깊이 있는 변화와 채색의 화사한 감각이 어우러진 화면을 추구하였다. 나무, 자연, 사계절 등을 통한 ‘무제’는 다소 화사하면서도 다소 자유롭다.



.....그 요인들은 화면에 촘촘하게 완만한 리듬으로서, 또한 이 두 가지 다른 리듬이 적절하게 혼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영재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풍부한 내면세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먹의 농담이나 종이 여백 그리고 필선 등에 있어서 수묵의 전통과 한국적 정취를 은은히 드러내고 있다."고 평했다.

.....2000년대 초, 작가는 더욱 간결한 구성 패턴으로 전이되면서 구조적인 미니멀리즘을 보여주었다. 직선으로 이루어지는 기하학적인 구성에 흑·백대비가 팽팽한 화면. 이 무렵부터 그의 화면은 연(鳶)이란 오브제가 갖는 간결하면서도 탄력 있는 구성 인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관념으로서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연결하는 경계선에서 마치 연을 띄어 올리면서 느끼는 팽팽한 긴장감을 작가는 조형의 세계를 통해 경험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꿈이 부단히 현실이 되고 현실이 부단히 꿈이 되는 경계선상에서 작가의 내면세계는 더욱 깊어 갈 것”이라고 평했다.

.....작가의 구성) 화면은 색과 면의 대비, 담채의 미묘한 뉘앙스, 먹과 화선지의 물성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엮어내는 관계적 장소이다. 작가는 그의 노트에 "차갑더라도 풀 먹인 옷에 다듬잇살을 올린 것처럼 담채의 반복적인 쌓아 올림이 수묵화로서 깊이감을 가진다.



.....오래전부터 있었을 평범함의 일관, 그것이 나의 이야기"라고 적고 있다. 김용대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생활을 도피하지 않고 솔직한 태도로 바라본, 건물이면 건물대로, 사람이면 사람대로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과정인 것"이라며 "그의 시선은 어떤 것에 이름 붙여지기 이전의 초심으로 그 이유와 이야기와 아무런 관계없는 담담함"이라고 평했다. - 스포츠월드 김태수 편집국장. 2008년 11월 20일



정선진 (鄭善鎭) 1950년 출생. 이화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미국 California College of Arts and Crafts 수학. 개인전 6회, 예술의전당, 인사아트센터, 아트사이드갤러리 등. 1996년 제15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1994년 제13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1994~2001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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